우연히 아니 막연히 유튜브에 십년 전 무척 아끼던 정인의 이름을 검색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유튜브 보다가 문득, 불현듯 검색했습니다. 그런데...그런데 그 사람이 나오는 영상이 있는 겁니다! 영화 PD가 되었더군요. 네이버에도 프로필이 나오는. 그 당시에도 영상, 사진을 참 좋아하던 친구라 카메라 루시다, 라는 책을 선물해주려고 구했는데 결국 전해주진 못했습니다. 영화는 독립 영화였는데 보고 싶어도 조금 지나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인지 상영관을 찾기 힘들더군요. 여전히 생기 넘치는 미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긋한 목소리, 상냥한 말투 뭐 하나 변한 게 없더군요. 되게...되게 멋있었습니다. 차근차근 자신의 꿈에 다가가는 그 사람을 보며 10년 넘게 죽이기만 하던 제 감성을 되살리고픈 마음도 들었습니다.
10년......그동안 나는 무얼 했나 꿈도 없이. 속절 없이 살기 위해서만 살았나. 너무 답답해서 오밤중에 제일 친한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하는 말이 오늘을 살자, 하루하루 잘 살면 되는 거라고 그러네요. 그래, 그것 참 좋다 싶었어요. 오후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와서 오랜만에 피자를 먹었습니다. 피자 참 좋아하는데 그런데 맛이...없더라고요. 잘 안 느껴지더라고요. 배가 많이 고픈데도......
마지막에 만나면서 또 봐요 하고 헤어졌는데 그게 벌써 7년 전인지 8년 전인지 가물가물합니다. 언젠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서로의 동선이 너무 달라져서 그럴 일은 없겠네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오늘을 사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코로나 핑계로 그만둔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그리고 읽어서 뭐해라며 방치한 책들도 읽어야겠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글로 써보니 어느정도 해소가 되는 것 같아요. 네이쳐 오시는 분들 모두 건강하고 후회 없는 생을 사시길 염원합니다.
너무 퍽퍽하게 하루하루 고달픈 것보다 우연히 알게 된 옛사랑 소식에 씁쓸한 미소 한번 짓는 것도 사는 재미 아니겠습니까
잘 살다가 불현듯 그렇게 감성 촉촉히 적셔주는 일도 있고 해야 사람 사는 맛이 나죠
종종 오실 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드려야 되는데 그러지 못 하고 있어 제가 면목이 없네요 ㅠㅠ
누가 날 죽여줬으면 좋겠다.